“<다크 나이트>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더니 투자자들이 웃더라.” 인터뷰 말미, 정병길 감독은 농담처럼 이 말을 불쑥 건넸다. 하지만 인터뷰를 끝내고 내내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. 비록 영화의 톤과 제작 규모는 차이가 있겠지만 정병길 감독의 ‘다크 나이트’ 발언은 <내가 살인범이다>의 밑그림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힌트다. 그동안 한국 범죄영화에서 주인공은 어두운 뒷골목을 거닐며 범죄자를 쫓는 흑기사들이었다. <내가 살인범이다>는 다르다. <다크 나이트>의 또 다른 주인공 조커처럼 연쇄살인범 이두석(박시후)은 자신의 살인을 만방에 공표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린다. 그 구체적인 방법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뒤 세상에 나타나 살인 참회록 <내가 살인범이다>를 출간하는 것이다. 한국사회는 발칵 뒤집히지만 이두석의 완벽한 외모와 진심으로 죄를 회개하는 듯한 태도에 현혹되는 사람들도 생긴다. 공소시효는 지났고, 살인범은 아름답다. 이 이야기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.
액션스릴러영화 <내가 살인범이다>는 2008년 스턴트맨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<우린 액션배우다>로 주목받았던 정병길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. 그는 차기작을 구상하던 도중 우연히 ‘카니발리즘의 대부’로 불리는 이세이 사가와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. 이세이 사가와는 프랑스 유학 도중 자신이 사랑하던 네덜란드 여성을 죽인 뒤 그녀의 고기를 먹은 사실이 밝혀져 큰 파장을 일으킨 일본인이다. 하지만 그는 저명한 사업가인 아버지의 로비에 의해 별다른
액션스릴러영화 <내가 살인범이다>는 2008년 스턴트맨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<우린 액션배우다>로 주목받았던 정병길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. 그는 차기작을 구상하던 도중 우연히 ‘카니발리즘의 대부’로 불리는 이세이 사가와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. 이세이 사가와는 프랑스 유학 도중 자신이 사랑하던 네덜란드 여성을 죽인 뒤 그녀의 고기를 먹은 사실이 밝혀져 큰 파장을 일으킨 일본인이다. 하지만 그는 저명한 사업가인 아버지의 로비에 의해 별다른